본문내용
, 작품의 현실반영과 소통의 문제제기를 통해서 작품 그 자체로 사회 현실에 맞닿는 하나의 응전력을 가지게 된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최인훈은 ‘관념’을 통하여, 현실적 제약의 딜레마에 대한 이데올로기 접근의 용이함과 중도적 입장이 얻는 객관성이라는 이중의 안전망을 확보할 수 있었고, 그것은 최인훈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응전방식이었다. 이명준은 이항대립적 구도에 절망하여 죽음을 택함으로써 자기만의 절대영의 공간으로 숨어버리는 것으로 끝나지만, 작가 최인훈은 끝없이 합(合)의 가능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독자로 하여금 끌어내려 하였던 것이다.
②분단으로 차단된 카텍시스(Cathexis)
최인훈 소설의 또 다른 특징은 이념적 모색이 차단된 인물들의 여성에 대한 집착이다. 이들 소설에서 여성은 앞서 언급한 절대영의 비현실적인 존재로서 주인공들이 갖는 콤플렉스에서 기인한 ‘카텍시스’로 볼 수 있다. 카텍시스(cathexis)라는 용어는 프로이트의 이론과 관련된 것으로서 일정량의 정신적 에너지가 어떤 관심이나 육체 혹은 대상에 부착되는 것을 뜻한다. (박찬부, 『현대정신분석비평』, 민음사, 1996. 참조
카텍시스란 흔히 대상 배비(配備)로 불리는 것으로 대상에 에너지가 주입. 집중되는 것을 말한다. 본래의 관심이나 대상에 대한 추구가 좌절되거나 차단되는 경우에도 그 관심대상에 대한 집착력-즉, 에너지는 여전히 일정량을 유지하게 되는데, 이 에너지가 여타의 대상에 집중되는 것이다. 이명준에게 있어서 여성은 남북의 폐쇄적 대립 및 관념적 공간(절대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이념’에 대한 에너지의 대상배비로서 작용하고 있다. 극단적 양극화는 이데올로기의 절대화를 초래하였고, 이데올로기의 절대화는 이념의 모색을 차단하여 결과적으로 이념의 부재, 정신적 공백을 초래하고 있다. 또한 여성에 대한 대상배비는 이데올로기가 부성의 영역에 존재하는 특징과 대응을 이룸으로써, 작품 내적으로 이항대립을 이루고 있다. 즉, 「광장」에서 아버지의 부재라는 내적 형식을 발견할 수 있으며, 특히 이들 작품에서 아버지의 존재는 이념의 성격으로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광장」에서 나타나는 ‘아버지의 부재’는 ‘이념의 부재’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소설에서 이데올로기와 연관된 아버지에 관한 서술을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
아버지와 만날 수 있는 광장으로 가는 길은 막혀 있다. 아버지가 모습을 나타내는 광장은 다른 동네에 자리잡은 광장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기관총이 걸려있다. 『광장』,62쪽.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분하고 서럽다. 보람을 위함도 아니면서. 아버지 때문에? 어쩐지 아버지를 위해서 얻어맞아도 좋을 것 같다. 몸이 그렇게 말한다. 멀리 있던 아버지가 바로 곁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 멀리 있는 아버지가 내게 코피를 흘리게 하다니 이건 무얼 말하는 것일까. 위의 책. 69쪽.
정치는 경멸하고 있다. 그 경멸이 실은 강한 관심과 아버지일 때문에 그런 모양으로 나타난 것인 줄은 모르고 있다. 위의 책. 212쪽.
위의 예들을 통해 드러나듯이, 이명준에게 월북한 아버지는 차단된 이념 체제(북한)에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이 폐쇄적 대립구도에서도 혈연의 끈으로 인해 아버지의 이념, 즉 북한의 이데올로기와 무관할 수 없다. 오히려 이 같은 아버지의 부재는 S서 취조실에서의 체험을 통해, 애써 무관심하고자 했던 아버지와 북한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천작으로 나아가는 동력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천작을 통해 월북을 한 뒤 만나는 이데올로기는 이전의 정치체제와 무게를 같이하는 실망감을 안겨준다. 이러한 이념의 환멸은 이전의 정치체제에서 깨달은 아버지의 부재보다 더욱 절망적인 또 한번의 아버지의 부재로 이어진다. 다시 말하면, 아버지를 따라 감행한 정치체제의 이동과 그 후 겪게 되는 실망은 거기서 만난 아버지의 모습에서 구체적 형상화를 이루고 있다. 다음은 「광장」에서 이명준이 일상에 안주하는 아버지의 생활을 통해, 혁명의 소문만이 존재하는 경직되고 보수화된 북한의 이데올로기 체제를 비판하는 부분이다.
아버지는 새 장가를 들고 있었다. <민주주의 민족 통일 전선> 중앙전선 책임자인 그의 부친은, 모란봉 극장에 가까운 적산집에, 새 아내와 살고 있었다. (...) 명준은 끔찍한 꼴을 본듯 얼굴을 돌렸다. (...) 명준이 나이 또래의 의붓 어머니, 그것은 지옥이었다. 명준이 그 속에서 도망해 나온, 평범이란 이름의 진구렁. 그 풍경은 맥빠진 월급쟁이 집안의 저녁 한때일망정, 반일 투사이며 이름있는 코뮤니스트였던 아버지의 터전일 수는 없었다. (...) 부친은 아들을 비키듯했다. 난봉꾼 아들을 피하는 마음 약한 아버지. 구역질이 나는 부르즈와 집안의 나날이었다.(...)혁명을 판다는 죄, 이상과 현실을 바꾸면서 짐짓 살아가는 죄, 그걸 스스로 모를 리 없는 아버지가 계면쩍어하는 몸가짐일 것이다. 『광장』, 127-128쪽.
이러한 아버지는 명준에게 더 이상 존경의 대상이 되지 못하며, 북한 이념에 대한 환멸과 길항작용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웃음에 지친 그는, 방바닥에 엎드려 소리를 죽여 울었다. 아버지가 미웠다. 아무 말도 않는 아버지가.(...) 슬펐다. 아버지는 이런 사랑밖에는 내게 줄 수 없단 말인가. 이튿날, 그는 하숙을 정하고 집을 나왔다. 아버지와 자기는 이제 남이 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월북해서도 신문사 같은데 있었다는 일이 좋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위의 책, 231-232쪽.
남한과 북한에서 각각 아버지의 부재를 경험한 이명준은 이를 대신할 대상이 필요하게 된다. 즉 앞에서 언급하였던 대로, 분단에 의한 남북 이념체제의 이분법적 대립구도에서 이념과 실제의 합일을 찾을 수 없는 인물들은 절대영의 공간으로 몰리게 된다. 이데올로기의 환멸적 부재에서 밀실로도 광장으로도 나아갈 수 없게 된 주인공이 대상배비로 택한 것은 부성에 대응하는 모성의 성격을 강하게 풍기는 ‘여성’이었다. 다음의 예는 「광장」의 이명준이 카텍시스의 대상으로 삼은 윤애와 은혜라는 여성에 대한 인식을 보여준다.
정말이다. 윤애면 다였다. 스물 살 고개에 처음 안 여자는, 모든 것을 물리치고도 남았다. 몸
②분단으로 차단된 카텍시스(Cathexis)
최인훈 소설의 또 다른 특징은 이념적 모색이 차단된 인물들의 여성에 대한 집착이다. 이들 소설에서 여성은 앞서 언급한 절대영의 비현실적인 존재로서 주인공들이 갖는 콤플렉스에서 기인한 ‘카텍시스’로 볼 수 있다. 카텍시스(cathexis)라는 용어는 프로이트의 이론과 관련된 것으로서 일정량의 정신적 에너지가 어떤 관심이나 육체 혹은 대상에 부착되는 것을 뜻한다. (박찬부, 『현대정신분석비평』, 민음사, 1996. 참조
카텍시스란 흔히 대상 배비(配備)로 불리는 것으로 대상에 에너지가 주입. 집중되는 것을 말한다. 본래의 관심이나 대상에 대한 추구가 좌절되거나 차단되는 경우에도 그 관심대상에 대한 집착력-즉, 에너지는 여전히 일정량을 유지하게 되는데, 이 에너지가 여타의 대상에 집중되는 것이다. 이명준에게 있어서 여성은 남북의 폐쇄적 대립 및 관념적 공간(절대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이념’에 대한 에너지의 대상배비로서 작용하고 있다. 극단적 양극화는 이데올로기의 절대화를 초래하였고, 이데올로기의 절대화는 이념의 모색을 차단하여 결과적으로 이념의 부재, 정신적 공백을 초래하고 있다. 또한 여성에 대한 대상배비는 이데올로기가 부성의 영역에 존재하는 특징과 대응을 이룸으로써, 작품 내적으로 이항대립을 이루고 있다. 즉, 「광장」에서 아버지의 부재라는 내적 형식을 발견할 수 있으며, 특히 이들 작품에서 아버지의 존재는 이념의 성격으로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광장」에서 나타나는 ‘아버지의 부재’는 ‘이념의 부재’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소설에서 이데올로기와 연관된 아버지에 관한 서술을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
아버지와 만날 수 있는 광장으로 가는 길은 막혀 있다. 아버지가 모습을 나타내는 광장은 다른 동네에 자리잡은 광장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기관총이 걸려있다. 『광장』,62쪽.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분하고 서럽다. 보람을 위함도 아니면서. 아버지 때문에? 어쩐지 아버지를 위해서 얻어맞아도 좋을 것 같다. 몸이 그렇게 말한다. 멀리 있던 아버지가 바로 곁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 멀리 있는 아버지가 내게 코피를 흘리게 하다니 이건 무얼 말하는 것일까. 위의 책. 69쪽.
정치는 경멸하고 있다. 그 경멸이 실은 강한 관심과 아버지일 때문에 그런 모양으로 나타난 것인 줄은 모르고 있다. 위의 책. 212쪽.
위의 예들을 통해 드러나듯이, 이명준에게 월북한 아버지는 차단된 이념 체제(북한)에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이 폐쇄적 대립구도에서도 혈연의 끈으로 인해 아버지의 이념, 즉 북한의 이데올로기와 무관할 수 없다. 오히려 이 같은 아버지의 부재는 S서 취조실에서의 체험을 통해, 애써 무관심하고자 했던 아버지와 북한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천작으로 나아가는 동력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천작을 통해 월북을 한 뒤 만나는 이데올로기는 이전의 정치체제와 무게를 같이하는 실망감을 안겨준다. 이러한 이념의 환멸은 이전의 정치체제에서 깨달은 아버지의 부재보다 더욱 절망적인 또 한번의 아버지의 부재로 이어진다. 다시 말하면, 아버지를 따라 감행한 정치체제의 이동과 그 후 겪게 되는 실망은 거기서 만난 아버지의 모습에서 구체적 형상화를 이루고 있다. 다음은 「광장」에서 이명준이 일상에 안주하는 아버지의 생활을 통해, 혁명의 소문만이 존재하는 경직되고 보수화된 북한의 이데올로기 체제를 비판하는 부분이다.
아버지는 새 장가를 들고 있었다. <민주주의 민족 통일 전선> 중앙전선 책임자인 그의 부친은, 모란봉 극장에 가까운 적산집에, 새 아내와 살고 있었다. (...) 명준은 끔찍한 꼴을 본듯 얼굴을 돌렸다. (...) 명준이 나이 또래의 의붓 어머니, 그것은 지옥이었다. 명준이 그 속에서 도망해 나온, 평범이란 이름의 진구렁. 그 풍경은 맥빠진 월급쟁이 집안의 저녁 한때일망정, 반일 투사이며 이름있는 코뮤니스트였던 아버지의 터전일 수는 없었다. (...) 부친은 아들을 비키듯했다. 난봉꾼 아들을 피하는 마음 약한 아버지. 구역질이 나는 부르즈와 집안의 나날이었다.(...)혁명을 판다는 죄, 이상과 현실을 바꾸면서 짐짓 살아가는 죄, 그걸 스스로 모를 리 없는 아버지가 계면쩍어하는 몸가짐일 것이다. 『광장』, 127-128쪽.
이러한 아버지는 명준에게 더 이상 존경의 대상이 되지 못하며, 북한 이념에 대한 환멸과 길항작용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웃음에 지친 그는, 방바닥에 엎드려 소리를 죽여 울었다. 아버지가 미웠다. 아무 말도 않는 아버지가.(...) 슬펐다. 아버지는 이런 사랑밖에는 내게 줄 수 없단 말인가. 이튿날, 그는 하숙을 정하고 집을 나왔다. 아버지와 자기는 이제 남이 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월북해서도 신문사 같은데 있었다는 일이 좋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위의 책, 231-232쪽.
남한과 북한에서 각각 아버지의 부재를 경험한 이명준은 이를 대신할 대상이 필요하게 된다. 즉 앞에서 언급하였던 대로, 분단에 의한 남북 이념체제의 이분법적 대립구도에서 이념과 실제의 합일을 찾을 수 없는 인물들은 절대영의 공간으로 몰리게 된다. 이데올로기의 환멸적 부재에서 밀실로도 광장으로도 나아갈 수 없게 된 주인공이 대상배비로 택한 것은 부성에 대응하는 모성의 성격을 강하게 풍기는 ‘여성’이었다. 다음의 예는 「광장」의 이명준이 카텍시스의 대상으로 삼은 윤애와 은혜라는 여성에 대한 인식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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