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들어가기에 앞서
2. 서론
3. 본론
4. 결론
2. 서론
3. 본론
4. 결론
본문내용
을 복원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서 여성적 질서가 대안적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②시의 인용된 2행의 '댓자나 빠진 혓바닥'은 3행의 마을 길의 수평적 소통성과 연결되면서 새로운 세계로의 여정이 시작될 것임을 암시한다. 이 혓바닥은 술욕심으로 표상되는 욕망에 의해 길게 빠진 것이 힘의 증여자로서의 바람이라는 사실은 3행의 여정에 오르는 행위에 당위성을 부여해 준다.
혀를 통한 사물들 간의 소통성은 입이라는 실증적이고 명확한 최초의 행복의 토지, 허용된 관능의 토지에서 일어난다. 이 입이 '빨다', '입맞추다'라는 행위동사와 직·간접적으로 결부될 때 혀와 동일한 기능을 수행한다.
① 헤매는 꿈에, 무의식에 묻어 있는 땀
묻어 있는 깊은 피
죽음 뒤에도 불타거라
모든 사물의 붉은 입술이 그대를 부르고 있다
가장 작은 것들 속에도 들어가고 싶은 치정
들어가고 싶은 공기, 물, 여자……
<新生- 비와 술에 젖은 날의 기념> 2연
② 밤이 되자 별들은 무덤의 입술을 빨고 무덤들은 별들의
입술을 빨고 있었으며, 천지간의 바람은 바람 자신의 대
를 잇기 위해 끊임없이 불고 있었으나 오히려 시인의 눈
에 눈물 고이고 귀에 소리 고이게 하기 위해 불고 있었고
그러나 잠들어 눈 어둡고 귀 닫은 이 많아 그들이 깨어날
때까지 볼 작정으로 불고 있는 듯했으며……
<사랑 사설 하나- 자기 자신에게> 일부
③ 미친-
어쩌자구-
하늘의 입술, 땅의 젖꼭지
미친-
<하늘의 허파를 향해> 일부
①시는 2, 3, 4행의 '피', '불타거라', '붉은' 등 붉은색이 환기시키는 정열과 욕망의 뉘앙스는 4행의 입술에 관능성을 부여한다. 먼저 4행에서 이 입술은 '부르다'라는 행위를 통해 타자에게로의 접근을 시도한다. '부르다'라는 동사는 부르는 주체와 대상 사이에 일정 정도의 거리를 형성하는 개념으로서 그러한 상태 하에서 사물의 결합 욕망은 충족될 수 없다. 5행에 이르러 이러한 욕망은 가장 작은 것들 속에도 들어가고 싶은 치정으로 환치되어 직접적 교통의 의지를 표출한다. 그런데 그 결합의 대상으로 6행에 제시되고 있는 것들이 공기, 물, 철, 여자로 대변된다. 즉 정현종 시에서 순수한 존재이면서 동시에 구원의 가능성을 상징하는 대상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들이다. 이는 입술이 욕망하는 관능적 결합이 새로운 탄생을 유도함을 보여주는데, 그 결과 정현종 시에서 관능성이 긍정적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②시의 경우 우선 밤이라는 시간이 제시된다. 이 밤은 명상하며 꿈꾸는 자가 자기 내면으로부터 생기를 얻을 수 있음을 알게 되고, 격정도 충돌도 없는 저 규칙적인 시간을 살기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이다. 이는 느릿하고 고요한 시간인데, 그 속에서 별과 무덤, 시인과 잠든 자 그리고 바람간의 역동적 작용이 완만하게 진행된다. 이는 억압과 재촉에 의해서가 아닌 부드러움과 기다림에 의해서 벌어지는 우주적 사건이다. 인용된 1∼3행은 하늘과 땅이라는 우주적 생명성들의 상호관계를 보여준다. 여기서 나타나는 관능적 이미지들은 결국 출산이라는 새로운 탄생에로 귀결된다. 천상의 별과 지상의 무덤이라는 대립적 이미지들은 서로의 입술을 '빨다'라는 접촉 행위를 통해 변증법적 결합을 이루어내며 그 결과 천지간의 바람이 대를 잇기 위해 분다는 2, 3행의 상황을 이끌어내는데, 이는 정현종이 제시하는 사물들 간의 교통에 의한 초월의 한 방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③시에는 ②시에서 보여준 천지간의 관능적 결합이 격정적 어조가 주는 이미지에 의탁하여 암시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하늘의 입술'과 '땅의 젖꼭지'라는 표현은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이라는 한국인에게 뿌리 박힌 전통적 사고관에 기댄 것으로, 이에 의해 대응적으로 분리된 하늘과 땅의 거리는 남녀 양성의 성적 결합으로 무마되고 천지와 우주는 하나가 된다. 그러나 그러한 하늘과 당의 결합은 '미친-/어쩌자구-'라는 표현들에서 보여지듯이 기존의 순리에 위배되는 당혹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시인은 현실의 갈등 상황들을 전복시킬 새로운 세계 낳기를, 최초의 행복의 토지, 허용된 관능의 토지인 입술의 작용을 시화함으로써 희망하고 있는 것이다.
4. 결론
지금까지 채호기, 정현종 시인의 에로티시즘에 관한 시들을 살펴보았다. 사실, 이번 과제를 하면서 채호기라는 시인의 작품들을 처음 접해보았는데 같은 에로티시즘을 다루고 있는 정현종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고 있었다. 채호기의 시는 언어에서 출발하고 언어에서 마감된다. 그래서 그의 시에서 언어화되지 않은 몸, 즉 언어적 형태를 갖추지 않은 몸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어떤 문맥에서는 언어와 몸이 완전히 동일한 대상으로 착각될 정도로 둘의 경계는 모호한 채로 남아있기도 하다. 그러나 그 몸은 단순히 언어의 대체물이 아니다. 언어가 아닌 것을 언어처럼 부려서 갑자기 외부로부터 자기를 보호하거나 외부와 접촉할 때, 몸은 제 2의 언어가 된다. 그 제 2의 언어가 그의 시에서는 몸으로 실현되고 있다. 시적 자아는 외계나 타자와 몸으로 대화하고 몸으로 소통하고 있다.
반면 정현종의 시는 온갖 사물들이 자기의 기능과 직분을 다하면서 다채롭고 조화로운 에로틱의 세계를 만들기를 소망한다. 또한 이러한 시인의 언어적 선택의 긴장과 떨림은 시인의 꿈과 사물 사이에 어쩔 수 없이 개재하는 차이와 거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는 끊임없는 약동과 비상을 꿈꾸는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시어를 놀이로 변모시키는 힘이 있으며 사물에서 육체를 느끼는 통찰력이 있다. 그렇기에 정현종의 놀이가 흔히 에로스와 결부되는 것이 그 때문이다.
에로티시즘에 관련된 더 많은 시인들의 작품을 더 읽어봤어야 했다는 마음에 아쉬움이 크다. 그리고 여성 시들에 나타난 몸 이미지에 대해서도 분석해보고 싶었지만 그러려니 범위가 너무 커질 것 같아서 자료를 다 찾아놓고도 손을 댈 엄두가 나지 않아서 포기해야 했던 점도 아쉬운 점으로 남았다. 하지만 이로 인해 에로티시즘에 대한 시작품 공부를 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되었다.
<참고문헌>
한국 현대시와 에로티시즘,전미정,새미,2002.
정현종 시의 몸 이미지와 언어적 상상력 연구,임현순,이화여대 대학원,1998.
혀를 통한 사물들 간의 소통성은 입이라는 실증적이고 명확한 최초의 행복의 토지, 허용된 관능의 토지에서 일어난다. 이 입이 '빨다', '입맞추다'라는 행위동사와 직·간접적으로 결부될 때 혀와 동일한 기능을 수행한다.
① 헤매는 꿈에, 무의식에 묻어 있는 땀
묻어 있는 깊은 피
죽음 뒤에도 불타거라
모든 사물의 붉은 입술이 그대를 부르고 있다
가장 작은 것들 속에도 들어가고 싶은 치정
들어가고 싶은 공기, 물, 여자……
<新生- 비와 술에 젖은 날의 기념> 2연
② 밤이 되자 별들은 무덤의 입술을 빨고 무덤들은 별들의
입술을 빨고 있었으며, 천지간의 바람은 바람 자신의 대
를 잇기 위해 끊임없이 불고 있었으나 오히려 시인의 눈
에 눈물 고이고 귀에 소리 고이게 하기 위해 불고 있었고
그러나 잠들어 눈 어둡고 귀 닫은 이 많아 그들이 깨어날
때까지 볼 작정으로 불고 있는 듯했으며……
<사랑 사설 하나- 자기 자신에게> 일부
③ 미친-
어쩌자구-
하늘의 입술, 땅의 젖꼭지
미친-
<하늘의 허파를 향해> 일부
①시는 2, 3, 4행의 '피', '불타거라', '붉은' 등 붉은색이 환기시키는 정열과 욕망의 뉘앙스는 4행의 입술에 관능성을 부여한다. 먼저 4행에서 이 입술은 '부르다'라는 행위를 통해 타자에게로의 접근을 시도한다. '부르다'라는 동사는 부르는 주체와 대상 사이에 일정 정도의 거리를 형성하는 개념으로서 그러한 상태 하에서 사물의 결합 욕망은 충족될 수 없다. 5행에 이르러 이러한 욕망은 가장 작은 것들 속에도 들어가고 싶은 치정으로 환치되어 직접적 교통의 의지를 표출한다. 그런데 그 결합의 대상으로 6행에 제시되고 있는 것들이 공기, 물, 철, 여자로 대변된다. 즉 정현종 시에서 순수한 존재이면서 동시에 구원의 가능성을 상징하는 대상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들이다. 이는 입술이 욕망하는 관능적 결합이 새로운 탄생을 유도함을 보여주는데, 그 결과 정현종 시에서 관능성이 긍정적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②시의 경우 우선 밤이라는 시간이 제시된다. 이 밤은 명상하며 꿈꾸는 자가 자기 내면으로부터 생기를 얻을 수 있음을 알게 되고, 격정도 충돌도 없는 저 규칙적인 시간을 살기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이다. 이는 느릿하고 고요한 시간인데, 그 속에서 별과 무덤, 시인과 잠든 자 그리고 바람간의 역동적 작용이 완만하게 진행된다. 이는 억압과 재촉에 의해서가 아닌 부드러움과 기다림에 의해서 벌어지는 우주적 사건이다. 인용된 1∼3행은 하늘과 땅이라는 우주적 생명성들의 상호관계를 보여준다. 여기서 나타나는 관능적 이미지들은 결국 출산이라는 새로운 탄생에로 귀결된다. 천상의 별과 지상의 무덤이라는 대립적 이미지들은 서로의 입술을 '빨다'라는 접촉 행위를 통해 변증법적 결합을 이루어내며 그 결과 천지간의 바람이 대를 잇기 위해 분다는 2, 3행의 상황을 이끌어내는데, 이는 정현종이 제시하는 사물들 간의 교통에 의한 초월의 한 방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③시에는 ②시에서 보여준 천지간의 관능적 결합이 격정적 어조가 주는 이미지에 의탁하여 암시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하늘의 입술'과 '땅의 젖꼭지'라는 표현은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이라는 한국인에게 뿌리 박힌 전통적 사고관에 기댄 것으로, 이에 의해 대응적으로 분리된 하늘과 땅의 거리는 남녀 양성의 성적 결합으로 무마되고 천지와 우주는 하나가 된다. 그러나 그러한 하늘과 당의 결합은 '미친-/어쩌자구-'라는 표현들에서 보여지듯이 기존의 순리에 위배되는 당혹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시인은 현실의 갈등 상황들을 전복시킬 새로운 세계 낳기를, 최초의 행복의 토지, 허용된 관능의 토지인 입술의 작용을 시화함으로써 희망하고 있는 것이다.
4. 결론
지금까지 채호기, 정현종 시인의 에로티시즘에 관한 시들을 살펴보았다. 사실, 이번 과제를 하면서 채호기라는 시인의 작품들을 처음 접해보았는데 같은 에로티시즘을 다루고 있는 정현종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고 있었다. 채호기의 시는 언어에서 출발하고 언어에서 마감된다. 그래서 그의 시에서 언어화되지 않은 몸, 즉 언어적 형태를 갖추지 않은 몸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어떤 문맥에서는 언어와 몸이 완전히 동일한 대상으로 착각될 정도로 둘의 경계는 모호한 채로 남아있기도 하다. 그러나 그 몸은 단순히 언어의 대체물이 아니다. 언어가 아닌 것을 언어처럼 부려서 갑자기 외부로부터 자기를 보호하거나 외부와 접촉할 때, 몸은 제 2의 언어가 된다. 그 제 2의 언어가 그의 시에서는 몸으로 실현되고 있다. 시적 자아는 외계나 타자와 몸으로 대화하고 몸으로 소통하고 있다.
반면 정현종의 시는 온갖 사물들이 자기의 기능과 직분을 다하면서 다채롭고 조화로운 에로틱의 세계를 만들기를 소망한다. 또한 이러한 시인의 언어적 선택의 긴장과 떨림은 시인의 꿈과 사물 사이에 어쩔 수 없이 개재하는 차이와 거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는 끊임없는 약동과 비상을 꿈꾸는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시어를 놀이로 변모시키는 힘이 있으며 사물에서 육체를 느끼는 통찰력이 있다. 그렇기에 정현종의 놀이가 흔히 에로스와 결부되는 것이 그 때문이다.
에로티시즘에 관련된 더 많은 시인들의 작품을 더 읽어봤어야 했다는 마음에 아쉬움이 크다. 그리고 여성 시들에 나타난 몸 이미지에 대해서도 분석해보고 싶었지만 그러려니 범위가 너무 커질 것 같아서 자료를 다 찾아놓고도 손을 댈 엄두가 나지 않아서 포기해야 했던 점도 아쉬운 점으로 남았다. 하지만 이로 인해 에로티시즘에 대한 시작품 공부를 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되었다.
<참고문헌>
한국 현대시와 에로티시즘,전미정,새미,2002.
정현종 시의 몸 이미지와 언어적 상상력 연구,임현순,이화여대 대학원,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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