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와 숭앙의 동물, 뱀 -우리 문화에서 ‘뱀’을 보는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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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혐오와 숭앙의 동물, 뱀 -우리 문화에서 ‘뱀’을 보는 시각 에 대한 보고서 자료입니다.

목차

1. 시작하면서
-뱀은 왜 싫은 건가?

2. 속신에서 보는 뱀
-뱀을 싫어만 하는가?

3. 업으로서의 뱀
-풍요와 다산의 상징인 뱀

4.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뱀
-은혜와 복수가 철저한 뱀

5. 숭상의 존재에서 탈락
-신화 시대에서 전설의 시대로

6. 마치면서

본문내용

는 인식과 관련되어 있다. 뱀은 성장할 때 허물을 벗는다.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주기적으로 껍질을 벗기 때문에, 재생과 불사로 이해되었다. 겨울잠을 자다가 다시 살아나는 곰은 웅녀로 변해 단군을 낳았듯이 겨울에 죽었다가 봄에 다시 살아나는 뱀의 재생 능력은 고구려 벽화고분이나 신라 토우, 삼국유사의 박혁거세, 경문왕, 가로국 김수로왕 등에서 무덤의 수호신이 되고, 죽은 이의 환생과 영생을 기원할 때 형상화되었다. 또한 뱀은 땅속에 사는 동물의 전형으로, 모든 생명의 비밀을 알고 있는 것으로 여겼다. 다음의 <제주도 서사무가(敍事巫歌)인 차사 본풀이>의 한 부분이 그러하다.
그때 마침 담 구멍에 있던 뱀이 저승 차사인 까마귀의 적패지(赤牌旨)를 받아 옴찍 삼키고 들어가 버렸다. 그래서 뱀은 죽는 법이 없어 아홉 번 죽었다가 열 번 다시 살아나는 법이다.
우리 설화에서 뱀이 허물을 벗는 특성으로 말미암아 <뱀서방 이야기>와 <상사병(짝사랑)이야기> 등은 변신을 통해 뱀이 얼마나 집념과 집착력이 강하고 끈질기며 억척스러운가를 알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뱀이 크면 구렁이가 되고, 이 구렁이가 더 크면 이무기가 되며 이무기가 여의주를 얻거나 어떤 계기를 가지면 용으로 승격한다는 체계가 있다. 뱀의 범주에는 이무기, 구렁이, 뱀이 해당된다. 다음의 속담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뱀이 용 되면 큰 소리 친다
▶용이 살았던 연못에는 유난히 뱀이 많이 나온다. 서영대, 송화섭, <용, 그 신화와 문화>, 민속원, 2002
그러나 실제 뱀은 불로장생과는 거리가 멀고 뱀이 용이 될 수 없다. 다만 우리 민족의 사고 속에서 뱀은 신성한 능력을 지닌 존재인 것이다.
이렇게 신화적인 성격을 가진 뱀 또한 어떠한 과정으로 인해 신화적인 성격이 퇴화되었다. 다음의 <김녕굴의 구렁이>가 그러하다.
제주 읍에서 동쪽으로 50여리 되는 김녕 해안에 크나큰 굴이 있는데, 그 길이가 10여 리나 되고, 그 높이가 7, 8장, 넓이가 다섯간 남짓 되었다. 옛날, 그 굴 속에는 커다란 구렁이가 살고 있어 마을 사람들은 해마다 그 굴앞에다 술과 밥을 많이 차려 놓고, 또 열 다섯 살 먹은 처녀 한 사람을 제물로 바치었다. 만일 처녀를 바치지 않으면 풍재와 수재가 일어나서 그치지 않는다 하여 그 당시 마을 사람들은 물론 제주 목사도 이를 두려워하여 극진히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그런데 조선 중종 10년에 판관으로 서린이란 사람이 부임하여 이속(관아의 일을 돌보던 서리)들에게 그 이야기를 듣고서 크게 놀라며 "그런 요물로 인하여 어찌 무고한 처녀를 제물로 바쳐 생명을 빼앗게 하느냐"하고 군교 수십명에게 염초와 신탄 등을 준비케 하고, 또 각 사람에게 칼과 창을 주어 그 구렁이를 죽여 없애 버리게 하였다.
그리 하여 전례와 같이 제수를 차려 놓고 제를 지내는데, 기다리니 과연 큰 구렁이가 굴 속에서 나와 처녀를 잡아 먹으려고 입을 벌렸다. 순간 서린이 재빠르게 창으로 그 구렁이의 머리를 찔렀고 군교들도 대들어 창으로 이것을 찌르고, 또 칼로 내리쳐 죽인 뒤, 그 구렁이를 끌어내어 불에 태워 버렸다.
이리 하여 서린이 군교 수십명과 같이 일을 다 마차고 말을타고 성 안으로 들어 오다가 뒤를 돌아 보니, 무슨 붉은 빛(혹은 푸른 빛)이 보이더니, 서린이 관아에 이르러자 그만 혼도하여 마침내 죽어 버리고 말았다.
마을 사람들은 서린의 죽음을 이상히 여기었으나, 그런 뒤로는 큰 구렁이의 요흉도, 처녀를 바치는 일도 없어졌다 한다. 최상수, <한국민간전설집>, 성문각, 1985
이 이야기는 신화적 속성이 탈락하여 하락하는 단계에 있다. 신화 시대에 절대적인 존재로서의 뱀은 전설 시대에 이르러 인간에게 죽임을 당하는 존재로 하락한 것이다. 뱀이 죽어서도 자신을 죽인 서린을 해하지만 결국 이 또한 뱀의 마지막 신성성에 불과하다. 이러한 신앙의 약화는 무엇에 기인한 것일까? 필자는 추측하건데 용의 지신(地神)으로서의 성격에 흡수되면서이지 않을까 한다. 용은 그 기원설을 뱀에 두고 있다고 볼 만큼 뱀과 가까운 관계에 있다. 용은 수신(水神)으로서의 성격도 있지만 지신(地神)으로서의 성격도 있다. 12방위를 수호하는 지신(地神)으로서의 12지에 뱀과 용은 같이 포함되어 있고, 풍수지리설에서 명당의 조건으로 ‘좌청룡 우백호’가 있으며, 지신밟기 과정 중에서 우물의 용이 있다는 사실들은 용이 지신으로서 관념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신화 시대에 중국 황제의 신체 부분으로 상징될 정도의 신화적 존재인 뱀은 유사한 용이란 동물과 신화적 세력 싸움 끝에 자신의 신화적 성격을 넘긴 것이 아닌가 싶다.
7. 마치면서
지금까지 우리 문화 속에 있는 뱀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개인적으로 나는 뱀을 싫어한다. 이번 발표를 준비하면서 뱀에 대해 보다 생각할 기회를 얻었다. 원래 발표는 뱀의 신화적 지위 하락에 대해 자세히 다루고 싶었다. 그러나 자세히 공부할만한 시간이나 상황이 되지 못하여 가볍게 내가 이해한 우리 문화 속의 뱀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여기까지 읽으면서 독자들은 어떠한 생각을 했을지 모르겠다. 다만 마지막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우리 문화 속의 상징들에 대해 보다 관심을 갖고 관찰하면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어떤 관념이 구체적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 속에서 나 또는 인간에 대해 보다 생각할 수 있다. 두려움과 혐오의 대상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신이한 존재이기도 하다. 이러한 양면성은 어쩌면 인간과 닮았을 지도 모른다. 뱀은 냉혈동물로, 차가운 피가 흐르지만, 그 안에 생명이 있는 동물이다. 마치 속과 겉이 다르게 표현되는 유일한 동물인 인간과 비슷하다. 인간의 양면성을 닮아서 인간은 뱀을 두려움과 경이의 존재로 바라보는가 보다.
<참고문헌>
김종대, <우리문화의 상징세계>, 다른세상, 2001
김선풍 외, <열두 띠 이야기>, 집문당, 1996
서영대, 송화섭, <용, 그 신화와 문화>, 민속원, 2002
최정희, <한국의 불교전설>, 원각사, 1986
제주도, <제주의 민속Ⅲ>, 제주도
최정여 외, <한국구비문학대계>,한국정신문화연구원 , 1979~1987
최상수, <한국민간전설집>, 성문각,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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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2012.12.12
  • 저작시기20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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