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 바람이 불지 않는다.
- 나의 코끼리를 길들여줘
- 나의 코끼리를 길들여줘
본문내용
닫아 둔 채 질식할 만큼 많은 양의 향수를 뿌려 두었다. 그녀의 품을 상상한다. 오래 잠들고 싶다고 생각하며 침대에 눕는다. 어디선가 재스민 향기가 난다. 방안이 온통 재스민 향기로 가득 차 있다. 그녀가 울고 있다. 온통 습기로 가득 찬 숲에서 그녀가 울고 있다. 온 몸에 두드러기가 일었고 잠에서 깨어났다. 여전히 방안은 재스민 향기로 가득하다.
그녀를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갑자기 오줌이 마렵다. 무언가를 몸 안에서 빼내지 않으면 이대로 재스민 향기에 취해 영원히 잠들 것 같은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그녀는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안고 떠나려고 애쓴 것 같다. 7개월이나 함께 생활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녀는 모든 것을 갖고 떠났다. 그런데 화장실은 어수선함 그 자체이다. 여기저기 널린 머리카락과 바닥에 뒹구는 비누와 수건. 무엇인가가 침착한 그녀를 혼란에 빠뜨린 것이다. 바닥에는 알 수 없는 물건이 하나 더 놓여 있었다. 하얀색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진 한 뼘 크기의 막대기에는 보라색 선 두 개가 선명하게 나타나 있었다. 그녀를 찾아야 한다. 이대로 그녀를 놓아버리면 그녀는 영원히 생명을 잃은 사람으로 살아갈지 모른다. 그녀를 만나면서도 줄곧 마음을 열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나에게는 처음부터 타인에게 나누어 줄 사랑 같은 것은 없었다. 그러나 이대로 그녀를 내버려둘 수는 없다. 그녀가 꿈꾸던 베티로에 가면 그녀를 만날 수 있을까?
며칠째 베티로라는 나라를 가는 방법을 알아보고 있다. 그런데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베티로를 아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쉽지 않다.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눕는다. 누런 할로겐램프가 자꾸만 어둠 속으로 나를 몰아넣는다. 할로겐램프 아래서 잠들면 다시는 깨지 못할 것 같다. 어둠 속으로 서서히 빠져든다. 발이 자꾸만 깊은 웅덩이로 빠진다. 그녀가 버린 말라버린 꽃들이 웅덩이 위로 떠다닌다. 그녀의 향기가 그립다. 말라버린 꽃에서는 더 이상 향기가 나지 않는다. 어둠 속에서 향수를 찾는다. 그녀의 향기가 내가 숨쉬는 공기 속으로 스며들 수 있도록 여기저기 향수를 뿌리다. 잠이 든다. 그녀의 꿈을 꿀 수 있을까? 나는 이곳에서 그녀를 찾을 수 있을까? 또다시 꿈을 꾼다. 습기 찬 숲 속을 걷고 있다. 나무에 묶여 울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보인다. 그녀는 더 이상 웃지 않는다.
"J야. 덩치가 사람보다 몇 배나 큰 코끼리를 사람들이 어떻게 길들이는지 아니? 사람들이 코끼리를 길들일 때 정글에서 코끼리를 유인해서 우리 속에 가둬. 그리고 발목에 쇠사슬을 채우는 거야. 그리고는 한쪽 끝을 뱅갈 보리수라는 튼튼하고 큰 나무에 묶어 놓는 거야. 처음에 코끼리는 쇠사슬을 끌면서 나무의 뿌리를 뽑으려고 안간힘을 써. 그러나 곧 자기 힘으로는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탈출 시도를 포기해 버리지. 그 후부터는 다리에 묶인 쇠사슬이 팽팽해지기만 하면 활동 영역의 끝에 왔음을 알고 더 이상 힘을 쓰지 않아. 그 다음에는 큰 나무가 아니라 작은 말뚝에만 묶어놔도 지레 포기해 버려. 길들여진다는 거 참 무서운 거야."
목소리가 점점 멀어진다. 눈이 떠지지 않는다. 재스민 향기가 방안을 가득 메운다. 잃어버린 추억까지 되찾아 준다는 재스민 향이 그녀를 데려다 줄 것 같다. 또 다시 그녀가 보인다. 까만 눈동자에 그렁그렁 눈물을 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아련하게 보인다. 가랑이를 벌리고 수술대에 누워있는 모습이다. 포르말린 냄새가 그녀의 영혼을 빼앗아 가고 있다.
'날 버리지 말아요. 이 공간에서 날 구해주세요. 내 몸의 수분이… 수분이 모두 빠져나가고 있어요. 내가 눈을 뜰 수 있을까요? 이제 그만 날 놓아주세요. 나는 다시 길들여지고 싶어요.'
그녀를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갑자기 오줌이 마렵다. 무언가를 몸 안에서 빼내지 않으면 이대로 재스민 향기에 취해 영원히 잠들 것 같은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그녀는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안고 떠나려고 애쓴 것 같다. 7개월이나 함께 생활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녀는 모든 것을 갖고 떠났다. 그런데 화장실은 어수선함 그 자체이다. 여기저기 널린 머리카락과 바닥에 뒹구는 비누와 수건. 무엇인가가 침착한 그녀를 혼란에 빠뜨린 것이다. 바닥에는 알 수 없는 물건이 하나 더 놓여 있었다. 하얀색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진 한 뼘 크기의 막대기에는 보라색 선 두 개가 선명하게 나타나 있었다. 그녀를 찾아야 한다. 이대로 그녀를 놓아버리면 그녀는 영원히 생명을 잃은 사람으로 살아갈지 모른다. 그녀를 만나면서도 줄곧 마음을 열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나에게는 처음부터 타인에게 나누어 줄 사랑 같은 것은 없었다. 그러나 이대로 그녀를 내버려둘 수는 없다. 그녀가 꿈꾸던 베티로에 가면 그녀를 만날 수 있을까?
며칠째 베티로라는 나라를 가는 방법을 알아보고 있다. 그런데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베티로를 아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쉽지 않다.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눕는다. 누런 할로겐램프가 자꾸만 어둠 속으로 나를 몰아넣는다. 할로겐램프 아래서 잠들면 다시는 깨지 못할 것 같다. 어둠 속으로 서서히 빠져든다. 발이 자꾸만 깊은 웅덩이로 빠진다. 그녀가 버린 말라버린 꽃들이 웅덩이 위로 떠다닌다. 그녀의 향기가 그립다. 말라버린 꽃에서는 더 이상 향기가 나지 않는다. 어둠 속에서 향수를 찾는다. 그녀의 향기가 내가 숨쉬는 공기 속으로 스며들 수 있도록 여기저기 향수를 뿌리다. 잠이 든다. 그녀의 꿈을 꿀 수 있을까? 나는 이곳에서 그녀를 찾을 수 있을까? 또다시 꿈을 꾼다. 습기 찬 숲 속을 걷고 있다. 나무에 묶여 울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보인다. 그녀는 더 이상 웃지 않는다.
"J야. 덩치가 사람보다 몇 배나 큰 코끼리를 사람들이 어떻게 길들이는지 아니? 사람들이 코끼리를 길들일 때 정글에서 코끼리를 유인해서 우리 속에 가둬. 그리고 발목에 쇠사슬을 채우는 거야. 그리고는 한쪽 끝을 뱅갈 보리수라는 튼튼하고 큰 나무에 묶어 놓는 거야. 처음에 코끼리는 쇠사슬을 끌면서 나무의 뿌리를 뽑으려고 안간힘을 써. 그러나 곧 자기 힘으로는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탈출 시도를 포기해 버리지. 그 후부터는 다리에 묶인 쇠사슬이 팽팽해지기만 하면 활동 영역의 끝에 왔음을 알고 더 이상 힘을 쓰지 않아. 그 다음에는 큰 나무가 아니라 작은 말뚝에만 묶어놔도 지레 포기해 버려. 길들여진다는 거 참 무서운 거야."
목소리가 점점 멀어진다. 눈이 떠지지 않는다. 재스민 향기가 방안을 가득 메운다. 잃어버린 추억까지 되찾아 준다는 재스민 향이 그녀를 데려다 줄 것 같다. 또 다시 그녀가 보인다. 까만 눈동자에 그렁그렁 눈물을 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아련하게 보인다. 가랑이를 벌리고 수술대에 누워있는 모습이다. 포르말린 냄새가 그녀의 영혼을 빼앗아 가고 있다.
'날 버리지 말아요. 이 공간에서 날 구해주세요. 내 몸의 수분이… 수분이 모두 빠져나가고 있어요. 내가 눈을 뜰 수 있을까요? 이제 그만 날 놓아주세요. 나는 다시 길들여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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